나의 아버지에게.
떠나겠습니다.
...난 누님 뜻에 따라 줄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영영 부러져 온실 속에만 갇혀 있고 싶지도 않아요.
아버지가 절 믿어주지 않았다는 건 압니다. 믿지 않았기에 믿지 않았기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아요. 결국 난 누님들의 대체적인 결과물이나, 가장 귀여운 막내아들로 남으셨으면 했겠죠.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랑만 받으며 자랐으면 하셨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 알고 있습니다. 태풍에도, 비바람에도 그저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으로 남아 있으면 하셨겠죠. 그것이 로메너트 였으니까요. 로메너트는...그 어떠한 것에도 끼어들지 않고 지켜보는 자로 남아야 하니까. 누님들이 그러지 못했으니 저라도 그런 성정의 사람이 되기를 바라셨을 테니까. 아닌가요? 물론 저를 사랑하는 마음도 계셨겠지만...결국 그러한 것은 제게 열등감 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내가 필요한 것은.....아니다. 이제 말해서 뭐 한답니까?
17년 동안 목표는 단 하나였어요. 나의 증명을 받는 것. 나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것 뿐이였는데, 또 다른 목표가 처음 생겨 볼 것 같기도 해요. 그 목표가 뭐가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뭐 해 본 적이 있어야 하든 말든 하죠. 평생 한거라곤 나를 증명하는 일 밖에 없었는데, 뭘 알겠어요?
그래서...떠나기로 결정했어요. 이 집안에, 이 사회에 있어 봤자 미치는 건 나예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 지는 것도 나고 결국 내가 나를 상처입힐 거예요. ...그런건 이미 몇년을 해 봤는데, 딱히 나한테 좋은 짓도 아닌데 하고 싶지 않거든요.
졸업하고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누님들한테도 잘 전해주세요.
당신의 막내아들. 칼리안 알타이르 로메너트.
ps. 세실리아 누님이 결혼을 하신다고요. 축하... 솔직히 축하해 주고 싶지는 않은데요, 여하튼 참석은 안 할 거라고 전해주세요. 누님도 나 오는 거 싫어하실 거고요.
ps. 아스트리드 누님이 살바토르에 입단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아버지는 대체... 안 막고 뭐 하시는 겁니까?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 끼고 싶대요? 진짜 내 누님이지만 성질머리 하나는 인정할 만하네요. 아니, 이젠 누님이 가주라지만 아버지는 누님을 막을 그런 권한 하나 없습니까?... 뻔합니다. 이미 원로들부터 반 절 정도 땅에 파묻고 시작한 일이겠죠, 누님은. 그냥 누님이 아버지랑 어머니한테도 뭐라 이야기하기 전에 멀리 여행이나 가세요. 나처럼 떠나시든가.
ps. 당분간 호그와트나 호그스미드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마세요. ...이유는 묻지 마시고. 한 번쯤은 그냥 들으세요. 졸업식 날 올 생각도 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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