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의 결과는 무엇인가.
칼리안 알타이르 로메너트는 평범함을 달리 하여 단 하나의 차이점을 찾을 수 있었나?
그의 인생은 결국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던가.
...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큰누님이 돌아오셨다니.
5학년의 중반 즈음이 흘렀을까. 바쁜 가문의 일을 마저 쳐내고, 4학년 시절 다짐했던 목표를 다잡고 제 가문의 노선을 틀어보자,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어느 날. 그날도 평소와 같이 연회장에 앉아 신문을 들어다보고 있던 미카엘에게 들려온 소식이었다. 큰 누님이 돌아왔다. 그리고 누님은 제 가문을 본인이 이끌어가기를 원한다. 또한... 어차피 미카엘, 너는 이 가문을 제대로 짊어질 능력이 존재치 앉았으니 그저 내려올 준비나 하라는 것을.
로메너트의 자식들은 어릴 적부터 달랐지만, 단 한 가지 같은 점을 꼽자면 개개인의 뻔뻔함과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아스트리드와 세실리아가 태생적인 오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칼리안은 그런 그녀들을 보고 배우며 오만을 학습해 나아갔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그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하, 헛소리. 본인이 싫다고 내뺀 주제에 다시 돌아온다고? 그러면서 내겐 능력이 없으니 이끌어나갈 필요도 없다고.
...헛소리도 작작 해야지. 누가 달라고 주는 자리였으면, 이렇게 아등바등 지키지도 않았겠지.
본디, 바벨의 수문장이라는 위치는 칼리안을 공고히 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결국 한낱 범재에 지나지 않았으며, 잘난 것은 얼굴 하나일 뿐인 로메너트의 유리인형, 꽃의 귀공자, 필부. 이 정도의 평을 받는 이였기에. 천재들 무리 속에 섞인 범재는 그만큼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특히나 그 외향이 아름답거나, 뭐 하나라도 특별한 것이 있는 사람일수록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를 들여다보면 그 능력도, 실력도 없는 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그 후 사람들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할 것 같은가? 그래. 결국 그 모든 것이 평범하다 평한다. 더 이상은 나갈 수 없을 것이라 평할 것이고, 제 혈육들에 비해 못난 것이 틀림없다 평할 것이다.
증명의 결과는 결국 본인은 " 평범 "하다는 것이였다.
그런 결과를 깨달은 칼리안은, 더욱이 제 지위를 놓칠 수 없었고 말이다.
모든 것이 평범하다면... 이 지위마저 잃어버린다면 나는 " 다른 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겠냐며.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저는.... 저는.. 미카엘이라고. 저는 바벨의 천사요, 인세를 바라보는 대천사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자라고. " 평범 " 하다면 본인이 미카엘의 이름을 가질 수냐 있을 것 같냐며.
그럴수록 칼리안은 더욱 처절해졌다. 노력, 최선, 남에게는 능력이라 비비지도 못할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 자신의 세력을 공고하게 만들려 하였다. 흔들리는 탑 위에서 그 어떠한 것도 더 이상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정? 지금 그러한 것을 내비칠 수 있을 것 같은가. 여유. 여유로운 상황이 아녔으니, 미카엘은 가면 갈수록 예민해지고, 까칠해지는 것 또한 당연했고. 점점 냉소적이고, 회의적으로 변하게 된 제왕이었으나,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남은 단 한 번의 기회. 칼리안은 적어도... 아직까지 본인의 희망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희망조차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다.
본인은 1년을 넘게 다스렸어도 의견이 통합되지 않던 원로들과 윗대들. 더 이상 멈추어 있으면 안 된다고, 로메너트도 나아가야 한다 그리 외쳤던 그였지만, 로메너트들은 각자 의견이 달랐고, 가주가 칼리안에게 발언권을 전폭적으로 건넨 상황이었음에도 모두의 의견은 그를 따라주지 않았다.
-나아가자니, 소가주. 장난하시는 겝니까.
-로메너트가 왜 로메너트겠습니까?
-소가주. 우리는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나서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이러기 위해 우리는 당신을 소가주로 세운 것이 아닙니다. 처신을 다시 생각하실 필요가...
-아이고 이 사람아!
왜? 왜 내가 하는 말은 전부 틀렸다고 하는 것이던가.
저는 의견 하나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머저리였고, 낸 의견조차 시류에 맞지 않은 이상적인 소리나 해 대는 사람이었나.
그들은 저의 말을 따라주지 않았고, 의견 또한 한데 묶여 1년이 지나도록 일의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원로들과 제 아버지인 가주 모두 그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있던 그때, 같은 의견으로 단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 큰누이 되는 이는 본인의 힘으로 반발하던 원로들의 입을 막았으며, 본인이 늘 반대에 부딪히던 것을 그대로 해결해 나아가며 칼리안. 그가 서 있는 코앞까지 오고 있는 것인가.
왜? 동복 남매이고, 같은 의견을 내었으며,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 큰 누이는 가능했고, 저는 불가능했다.
억지로 붙잡고, 기워두었던 본인의 세계가 조금씩 유리조각이 되어 부서져 나간다. 하나, 둘. 온실의 천장이 무너지고, 도도하게 피어오른 모란과 장미의 앞에 사나운 돌풍이 몰아닥치며-이어 모란의 꽃대가 휘는 듯 하나, 뚝. 소리와 함께 부러지는 것이다. 제가 지켜내려고 했던 그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인가. 지키려고 했던 나의 가치, 증명. 그 모든 것들은 결국 한낱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불과했는가.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고, 힘들지 않다면 허세일 것이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나 그 결과는 결국 본인은 실패작으로써 증명된다는 사실만을 알려 줄 뿐이었다. 그렇게 5학년이 끝나던 날, 그는 제 큰 누이가 보는 앞에서 소가주의 직인을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소가주의 정책, 달라지는 로메너트, 사회의 혼란에 그저 지켜보는 것이 아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이들. 인세에 관련하여 들지 않던 바벨의 무리들이 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미카엘과 우리엘. 둘 다 같은 생각으로 그 뜻을 펼쳤음에도 바벨탑의 수문장. 미카엘은 그것을 실패했으나 바벨탑의 집행자. 우리엘은 그것을 성공시켰다.
그 무엇이 달라서. 나는 그저 " 부족 " 했기 때문에?
나는 아무런 것도 실행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칼리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제 눈앞에 있는 이 사람들과 함께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기도 했고, 도무지 같이 섞여들 수 없었기에.
그렇게 제 방에 틀어박혀 제 패밀리어만 바라보고 산 방학이었다.
미카엘.
혼란스러운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 저는 제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지만, 굳이 뒤돌아보지 않으려 하며 말을 이었다.
누님은 또 지셨네요. 큰 누님이 돌아올 줄은 누님도 상상을 못 하셨겠죠.
괜스레 시비나 걸어보며, 제 둘째 누이인 가브리엘, 세실리아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던 것이었다. 그리하면서도 그는 조금은 안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작은 누이나 저나 똑같이 경쟁에서 밀린 이라는 것은 같았다.라고 생각하는 동질감 때문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래, 뒤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 뭐?..... 아하하. 여전히 아둔하기 짝이 없구나, 미카엘.
세실리아는 느긋한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아리따운 목소리를 하며, 마치 귀한 새가 뻐꾹. 우는 것과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칼리안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나의 미카엘. 나의 남동생.... 참으로 한심하지. 여전히 바보 같아.
넌 네가 소가주 직에서 쫓겨난 것이 단순히 언니가 돌아와서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저 언니가 돌아와 너의 자리를 탐냈기에? 헛소리하지 말아야지. 언니의 자리를 탐낸 것은 너와 나고.... 언니는 다시금 돌아와 우리가 탐낸 자리를 다시금 빼앗았을 뿐이란다. 넌 언니에게 대응할 능력이 되지 못했기에 그대로 끌려 내려온 거고.
넌 예전부터 참 귀여울 정도로 아둔했지. 나와의 경쟁에서 이기고도 내게 소가주직을 원하냐고 물었을 때는... 정말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을 정도였단다. 그때, 내가 너에게 헛소리는 작작 하는 것이 좋다고 했지. 생각해보렴. 왜 원로들이 내가 아닌 너를 가주로 세웠을 것 같니? 네가 생각해도 너보단 내가 훨씬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렇지?
간단하단다. 너는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도,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인형이니까.
해 본 일이라곤 본인을 증명하는 일 밖엔 없지. 네 가치를 대답하다고 생각하는 것 밖엔 없고, 목표도, 능력도. 그 아무것도 없잖니...
그러게 왜 그랬니? 그저 아버지와 원로들이 하자는 대로 했으면 언니에게 다시금 자리를 빼앗기는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어디서 그런 목표가 생겨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문을 바꾸겠다면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언니는 그 능력이 있었으나, 넌 없었단다. 간단한 이치지?
그러니 괜히 내게 시비를 걸지 말렴. 네가 가장 분노해야 하는 사람은.... 너잖아. 미카엘.
온 세상이 새파랗게 질리는 기분이었다. 뒤이어지는 말을 들은 칼리안은, 그대로 제 방을 뛰쳐나와 저택의 숲 뒤편으로 달려 나가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분노해야 할 것은 자신이었고, 가장 끔찍한 존재 또한 자신이었다.
칼리안 알타이르 로메너트의 존재 가치에 대한 결과는 그렇게 나온 것이다.
상상치도 못한, 가장 끔찍한 결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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