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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rid

바벨을 지배하는 것은.

🎵 https://youtu.be/sDiqGh13Kx8

태초의 혼돈. 그것을 두고 우리는 바벨이라 칭했다.

그러한 바벨은 이내 굳건하고도 영원한 탑이 되어, 신의 경지에 올라가 그 권위에 도전하였으니...
이 세계는 영원한 바벨과 같고. 우리들은 신과 같다.

하여, 우리는 영원한 바벨이요. 영원한 승리자일 것이다.
역사는 승리자의 권유물이요, 따라 바벨 또한 영원한 승리자의 권유물이다.



와장창-!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참 요란하게도 울리는 듯싶었다.
로메너트에서 소란이라. 참 익숙하지 않던 광경이 아닌가.

로메너트라 하면 자고로 고요함. 차분함. 무거운 적막과, 익숙하게 책을 필사하는 소리. 먹의 냄새와, 오래된 종이의 향...
그 누구이게도 드러내지 않던 천공의 도서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은, 베일에 싸인 존재들.

그리고 비로소. 오늘날에 와서야.
그 베일이 한 꺼풀 벗겨지고야 마는 날이 오게 된 것이다.

역시 저 치를 후계로 내세워서는 안 되었다는 한 원로의 피를 토하는 고성. 그 아비부터 틀려 먹었었다며, 로메너트를 죄 무너트릴 거라. 부녀가 사이좋게 바벨을 무너트릴 계획이나 하고 있다는 아우성. 차라리 지금이라도 미카엘을 도로 데려 앉히자는 소리까지. 어찌 보면 우스운 소리들이였고, 또 어찌보면 참 주제넘은 소리들이라 할 수 있었겠다.

그런 소란을 보며, 막 졸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스트리드는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아. 그랬다. 제 분노에 스스로 뒤집어지는 원로들의 꼴을 보며- 맨 처음 든 생각은.

너무나도 하찮기 그지없는 머저리들.

그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로메너트를 망치려는 무리들? 바벨을 파괴하려는 무리들? 죄다 헛소리가 아닌가. 결국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영원이나 승리 따위로 포장되는 것이 아닌, 도태를 의미한다. 한 발 더 나아감이 아닌, 이도 저도 못 한 채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부려 겁을 먹고 보지 않는 것. 이것이 길임을 알고 있음에도 굳이 걸어가지 않아도 된다며 단언하는 그 한심한 족속들! 정말. 한결같이 한심한 버러지들이었다. 머글본도 그러지는 않을 거야. 꼴에 귀족이라고 대꾸하는 것 좀 보라지. 너희들 같은 머저리들 때문에 이 사회는 더욱 망가지는 거라고. 머리에 온통 도태될 생각만 가득한 이들이 사회의 고위층을 차지하니. 이 사회에 이 모양 이 꼴이 난 것이라며.

지금의 사회를 보아라. 어느 한쪽을 보아도. 퍽 온전치 못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차별? 혈통? 그 또한 원인 중에 하나였겠지만... 아스트리드는 단 하나를 꼽을 뿐이다.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그 사회를 움직이는 부품이 썩었기 때문이요. 그 부품조차 아주 멀쩡한 새것이라면, 그 기계를 돌리는 윗대가리의 문제라고 말이다.

아스트리드는 귀족이랍시고 능력도 없는 것들이 설쳐대는 꼴을 가장 혐오했다.
감히. 나와 같은 인간인 주제에 그딴 머저리 같은 생각으로 이 사회의 축을 뒤흔들어.
감히. 순혈이라는 놈이 처리 하나 똑바로 못하고 내가 욕심내는 것을 죄 상하게 만드냐고.

... 그래. 아스트리드의 분노는. 그들을 향한 분노는... 오롯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가.
제 것을 멍청한 실수로 망가트렸다는 분노.
제가 아끼는 것을 탐내는 것에 대한 분노.
제가 사랑하는 것을 빼앗길 바에야 그전에 저가 먼저 그 인간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온전하게 지키겠다는 분노.

그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녀의 욕심은 상당했고, 또한 마녀는. 욕심이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랬기에, 로메너트라는 존재 또한 다시 그러쥐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바벨의 수문장. 혹은, 바벨을 파괴할 자. 아직 어떤 것을 택할지 온전히 정하지는 않았으나... 확실한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바로 "로메너트" 로서 제 욕심껏 제 것을 지키고, 머저리 같은 것들을 쫓아내고, 파묻어버릴 이유는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이 아쉬운 것을-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아스트리드로써- 도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았으나. 거기에 로메너트- 까지 붙는다면, 제가 지키지 못할 것은 없었고, 뺏지 못할 것은 없었다. 가풍이 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제가 전부 불살라버리고, 저를 억압하는 늙은 노친네들 쯤이야 그냥 내쳐버리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의 욕심을 즈려 밟히지 않기 위해. 숨기지 않기 위해.

그렇게, 다시 로메너트로 돌아왔고, 이제는 이 바벨탑을 그대로 삼키려 한다.

원로들의 고성쯤이야, 그대로 웃어넘기며 삼켜줄 수 있었다.

" 그래서. 어쩌라고? 어차피 가주는 나. 아스트리드 베로니카 로메너트라는 것을 어찌할 수 없을 텐데.

다들 그동안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느라 수고했어. 그렇게 하루 종일 전전긍긍. 어떡하면 최대한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그 권력을 넓을 생각을 하느라 잠에 제대로 잠도 못 잤겠지.... 이 빌어먹을 머저리 같은 것들.

그 또한 도태라는 것을 몰라? 알면서도 그 길을 걷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서서 바라보고만 있어? 한심한 것들.

닥쳐라! 더 이상 로메너트는 숨죽이지 않는다.

우리의 길이 어느 쪽이 되든. 우리는 더 이상 도태되지 않을 것이고, 빼앗기지도 않을 것이다.

욕심을 드러내. 욕망을 드러내. 뺏길 생각을 하지 말고, 빼앗을 생각을 하고. 물러날 생각보다는 물 생각을 하라는 거다. 이 버러지 같은 것들아. 왜. 욕심을 드러내는 게 무섭나? 영원한 장막? 영원한 승리자?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해라!!
영원한 승리를 얻고 싶나? 그럼 바벨을 지키는 것이 아닌. 바벨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
끊임없이 나아가란 말이다!!

난, 너희 같은 능력 없는 머저리들은 로메너트로 여기지 않겠다.

그러니 선택해라. 나아갈 테냐. 이대로 매장되어 바벨의 거름이 될 테냐. "


악녀로 부를 테면 부르라지. 괴물이면 괴물이 될 것이고, 악당이면 악당이 될 수 있었다. 광룡? 그것도 좋네.
그게 어떤 말이든. 악인은 자신의 것을 쉬 뺏기는 법이 없으니.
그걸로, 충분히 마음에 들어.

그날은 악인이 로메너트를 죄 집어삼키겠노라 선포한 날이었으매.
이것은, 아스트리드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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